사람은 아는 만큼 보지 않는다 Integrative Medicine, 한 사람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
사람은 아는 만큼 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합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지 않습니다.
찰리 멍거는 망치를 가진 사람에게 모든 문제가 못처럼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자연스럽게 진료실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정말 있는 그대로 보고 있을까?
아니면 내가 배운 방식으로 그 사람을 보고 있는 걸까?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세포를 연구하는 사람은 세포 수준에서 원인을 찾고, 병리학자는 병리학에서, 영양학자는 영양에서, 심리학자는 마음에서 답을 찾습니다.
어느 것도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한 분야를 깊이 알수록 오히려 그 방식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장 익숙한 답을 가장 옳은 답이라고 믿기 쉽기 때문입니다.
실제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소화가 좋지 않은 사람이 잠을 잘 못 자고, 잠을 잘 못 자면서 불안이 심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과 어깨가 굳고, 몸의 통증이 오래되면서 다시 마음이 지칩니다.
한 가지 증상으로 시작했지만 그 사람의 몸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면 신경계, 소화, 수면, 감정, 생활습관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은 경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점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들은 경락체계 안에서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저는 이러한 관계를 경락의 흐름과 연결해 살펴봅니다. 그래서 저에게 경락은 감정과 신체가 서로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는 길을 이해하는 하나의 지도와도 같습니다. 환자가 말하는 증상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증상이 다른 신체 변화와 감정, 수면, 소화, 생활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함께 보려고 합니다.
이것이 제가 동양의학의 렌즈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지도를 함께 펼쳐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하나의 관점에 갇히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가 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보다, 다른 사람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듣고 싶었고, 서로 다른 관점과 대화하면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병리학과 생리학뿐 아니라 심리학, 영양학, 신경과학을 함께 살펴봅니다. 때로는 인문학과 철학이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들여다봅니다.
이것은 제가 오래전부터 종교를 바라보던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불교와 개신교, 천주교, 도교 등 서로 다른 종교가 인간과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습니다.
더 많은 답을 갖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다른 방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과학자 중 한 명인 병리학자 Neil Theise의 연구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의 연구팀은 살아 있는 조직을 새로운 방식으로 관찰하면서 기존 병리 슬라이드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체액으로 채워진 간질 공간(interstitial space)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구조를 발견했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조직을 보기 위해 당연하게 사용해왔던 방법 때문에 오히려 어떤 것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좋습니다. 기존의 지식으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 낯선 장면을 만났을 때, 그는 그것을 익숙한 설명으로 덮어버리지 않았습니다. ‘이게 뭐지?’라는 질문을 놓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내가 보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integrative medicine은 이것저것 치료법을 섞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을 한 가지 렌즈로만 보지 않는 것입니다.
현대의학이 보여주는 세포와 생리학적 변화를 존중하면서, 신경계와 심리, 영양과 생활을 함께 보고, 동시에 동양의학이 오랫동안 관찰해 온 몸과 마음의 관계와 변화의 패턴도 살펴보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계속 질문하는 것입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관점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볼까?
그래도 같은 결론에 도달할까?
저는 지금도 통합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몸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진료실로 가지고 옵니다.
모든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의 몸에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치료자는 언제나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한 사람을 다시,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도 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다른 전문가들과 대화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하나의 렌즈만으로는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오래된 질문을 이해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답만 말하기보다 귀를 열어 듣고, 다른 관점과 대화하며, 때로는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을 다시 질문합니다.
통합의학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분들이라면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우리는 정답을 주장하기보다 서로의 관점에 귀를 열고, 더 나은 질문을 위해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