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ing, 맨발로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

마지막으로 맨발로 흙이나 잔디를 밟아본 것이 언제인가요?

생각해보면 현대인은 하루 종일 땅과 거의 접촉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집에서는 바닥 위에서 생활하고, 밖으로 나갈 때는 신발을 신고, 차를 타고 이동하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신발을 벗고 잔디나 모래 위에 서면 느낌이 낯설고 다릅니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차가움, 흙의 촉감,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움직이는 느낌.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몸과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맨발로 지구 표면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Earthing 또는 Grounding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상의 변화가 있을까요?

이 질문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Earthing은 무엇일까요?

Earthing의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신발을 벗고 흙, 잔디 또는 모래처럼 자연적인 지표면에 직접 발을 대는 것.

가만히 서 있어도 되고 천천히 걸어도 됩니다.

Earthing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지구 표면의 전기적 특성입니다.

지구 표면은 전기적으로 전도성을 가지고 있고, 우리 몸 역시 물과 전해질을 포함하고 있어 전기를 전도할 수 있습니다.

몸이 땅과 직접 접촉하면 몸에 축적된 전하가 이동하면서 신체의 전위가 지면의 전위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Earthing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이 시작됩니다.

이러한 전기적 접촉이 단순한 물리적 현상을 넘어 우리 몸의 생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Earthing이라는 개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Earthing 또는 Grounding이라는 개념은 2012년 심장전문의 Stephen Sinatra와 Chevalier, Oschman 등의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Earthing의 핵심은 단순히 맨발로 걷는 운동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신발을 벗고 잔디, 흙, 모래와 같은 지표면에 직접 접촉함으로써 몸과 지구 사이에 전기적으로 연결되는 것, 즉 grounding에 초점을 둡니다.

지구 표면에는 이동 가능한 전자가 존재하며, Earthing 연구자들은 맨발로 지면과 직접 접촉할 때 지구와 인체 사이에 전하가 이동하면서 우리 몸의 전위가 지면의 전위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Earthing은 단순한 맨발걷기라기보다,

발을 통해 땅과 직접 접촉하고, 몸과 지구를 다시 연결해보는 것.

그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합니다.

1. Earthing과 염증

Earthing 연구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주제 중 하나가 염증(inflammation)입니다.

우리 몸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면역세포가 활성화되고, 이 과정에는 reactive oxygen species(ROS), 즉 활성산소종도 관여합니다.

Earthing 연구자들은 지구 표면과의 접촉을 통해 이동하는 전자가 이러한 산화·염증 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시해왔습니다.

2015년 Journal of Inflammation Research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Earthing과 염증반응, 면역반응, 운동 후 회복과 상처 회복 사이의 가능한 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 실제로 한 방송에서 몸의 전압측정실험을 했는데 신발을 신고 측정할때 300-600v 였는데 맨발로 접지되는 순간 0v 로 떨어지는 실험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접지로 소멸되는 전기적 현상을 설명합니다.

지구와의 직접적인 전기적 접촉이 우리 몸의 염증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충분히 흥미로운 연구 주제입니다.


2. Earthing과 수면, 스트레스

Earthing 연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영역은 수면과 스트레스입니다.

2004년 발표된 작은 pilot study에서는 수면장애, 통증,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12명을 대상으로 수면 중 grounding을 시행했습니다.

연구진은 24시간 cortisol 분비 패턴을 관찰했고, grounding 이후 야간 cortisol과 일주기 패턴의 변화가 보고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수면, 통증과 스트레스에서도 주관적인 개선을 보고했습니다.

이 연구도 땅과의 접촉이 스트레스 반응과 생체리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3. Earthing과 자율신경계

우리 몸은 끊임없이 주변 환경에 적응합니다.

심장이 뛰는 속도, 호흡, 소화, 혈압과 체온 같은 많은 기능에 자율신경계가 관여합니다.

Earthing을 연구한 소규모 실험에서는 피부전도도, 호흡, 맥박 및 심박변이도(heart rate variability)와 같은 생리적 지표의 변화가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를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절 변화 가능성과 연결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부분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맨발로 자연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전기적으로 땅과 접촉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바닥으로 다양한 감각을 느끼고,

조금 천천히 걷고,

바람을 느끼고,

호흡이 달라지고,

주변의 자연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Earthing은 어쩌면 전기적 접촉과 감각, 움직임 그리고 자연환경이 함께 만들어내는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정전기가 유난히 자주 생기시나요?

“저는 유난히 정전기가 많이 나요.”

특히 겨울이나 건조한 계절이 되면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차 문을 잡을 때 따끔하고,
옷을 벗을 때 파직거리고,
다른 사람과 손이 닿을 때도 작은 전기 충격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저는 Earthing을 한번 해보시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흔히 이를 “정전기가 많이 나는 체질”이라고 표현하지만, 현대의학적으로 구분되는 특정 체질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전기는 물질 사이의 마찰 등으로 전하가 이동하고, 몸이 땅으로부터 절연되어 있을 때 그 전하가 몸에 축적되면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금속처럼 전기가 잘 통하는 물체를 만나는 순간,
축적되어 있던 전하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우리가 ‘찌릿’하고 느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Earthing의 원리는 상당히 단순합니다.
우리 몸은 전기를 전도할 수 있고, 땅과 전도성 경로로 연결되면 축적된 전하가 이동하면서 몸의 전위가 지면의 전위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자산업에서도 정전기에 민감한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작업자를 grounding하는 원리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정전기가 자주 생기는 사람에게 Earthing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물리학적으로 이해가 되는 근거가 있다고 볼수있습니다.

Grounding을 통해 축적된 정전하가 방전되는 것은 잘 알려진 전기적 현상이기때문입니다.
만약 정전기가 유난히 자주 느껴진다면 안전한 잔디나 모래 위에서 잠시 신발을 벗어보세요.

복잡한 건강법이라기보다,
몸과 땅 사이에 다시 하나의 통로를 만들어보는 것.

Earthing은 바로 그 단순한 접촉에서 시작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발과 땅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여기서 동양의학의 관점도 흥미롭습니다.

한의학에서 발은 단순히 몸을 지탱하는 구조물이 아닙니다.

간경, 비경, 신경을 비롯한 여러 경락이 발을 지나며, 발바닥에는 용천(湧泉, KI1)이라는 혈자리가 있습니다.

용천은 족소음신경의 첫 번째 혈자리입니다.

한자를 그대로 풀어보면,

湧 — 솟아오르다
泉 — 샘

‘물이 땅에서 솟아나는 샘’이라는 뜻입니다.

전통적으로 용천은 위로 치솟은 것을 아래로 내리고, 몸의 위아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혈자리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동양의학은 발은 사람과 땅과 만나는 중요한 장소로 바라봅니다.

현대의 Earthing과 전통적인 경락이론은 서로 다른 언어와 이론을 사용하지만,

몸을 환경과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 같은 맥락을 가집니다.


Earthing은 어렵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Earthing을 위해 특별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공원의 잔디 위에서도 좋고,

정원의 흙 위에서도 좋고,

해변의 모래 위에서도 좋습니다.

신발을 벗고 처음에는 10–20분 정도 천천히 걸어보세요.

운동량을 채우려고 빠르게 걸을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발바닥으로 땅을 느껴보세요.

차가운지 따뜻한지,

부드러운지 거친지,

발뒤꿈치가 먼저 닿는지,

발가락이 어떻게 땅을 잡는지.

모래 위를 걷는다면 표면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발과 발목도 작은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게 됩니다.

Earthing의 시작은 어쩌면 ‘얼마나 걸었는가’보다 ‘얼마나 느꼈는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맨발걷기할때 주의할점

맨발걷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발이 안전해야 합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처럼 발의 감각이 떨어져 있거나, 발에 상처나 감염이 있거나, 말초혈액순환에 문제가 있거나, 넘어질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맨발걷기를 시작하기 전에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리조각이나 날카로운 물체가 있을 수 있는 장소,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가운 지면 역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오래 걷기보다는 몸과 발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조금씩 시작하세요.


발 아래의 땅을 다시 느껴보세요

Earthing을 시작하는 방법 자체는 아주 단순합니다.

안전한 잔디밭이나 해변을 만났다면 잠시 신발을 벗어보세요.

발바닥으로 땅의 온도를 느끼고,

조금 천천히 걸어보고,

평소 신발 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각에 집중해보세요.

우리가 자연과 연결된다는 것은 어쩌면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신발을 벗고,
두 발로 땅을 밟고,
잠시 그 감각을 느끼는 것.

Earthing은 그렇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References

Ghaly M, Teplitz D. The biologic effects of grounding the human body during sleep as measured by cortisol levels and subjective reporting of sleep, pain, and stress. 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 2004;10(5):767–776.

Chevalier G, Sinatra ST, Oschman JL, Sokal K, Sokal P. Earthing: Health implications of reconnecting the human body to the Earth's surface electrons. Journal of Environmental and Public Health. 2012;2012:291541.

Oschman JL, Chevalier G, Brown R. The effects of grounding (earthing) on inflammation, the immune response, wound healing, and prevention and treatment of chronic inflammatory and autoimmune diseases. Journal of Inflammation Research. 2015;8:8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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