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고기,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먼저 음식보다 사람을 봐야 합니다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참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붉은 고기는 철분과 단백질이 많으니 꼭 먹어야 해요.”

그런데 또 다른 쪽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붉은 고기는 암 위험을 높일 수 있으니 줄이는 게 좋아요.”

그럼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걸까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질문을 조금 바꿔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붉은 고기는 좋은 음식인가, 나쁜 음식인가?”

이렇게 묻기보다,

“누가, 어떤 상태에서, 얼마나, 어떤 형태로 먹는가?”

라고 묻는 것이죠.

이렇게 질문을 바꾸면 음식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붉은 고기는 정말 나쁜 음식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같은 적색육은 단백질뿐 아니라 철분, 아연, 비타민 B12 같은 중요한 영양소를 제공합니다.

특히 몸이 많이 지쳐 있거나 식욕이 떨어져 있거나, 치료 중 체중과 근육량이 감소하고 있는 분이라면 충분한 에너지와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암 치료 중이라고 해서 모든 육류를 무조건 끊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그렇다고 해서 붉은 고기를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영양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집니다.

최근 일부 식이지침에서는 적색육을 포함한 최소가공 동물성 단백질을 건강한 단백질 공급원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 예방 지침에서는 여전히 적색육과 가공육을 제한하도록 권합니다.

특히 햄, 베이컨, 소시지, 살라미 같은 가공육은 가능한 한 적게 먹도록 권고합니다.

세계암연구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은 적색육의 경우 조리된 무게를 기준으로 일주일에 약 350–500g 이하로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 말이 맞는 걸까요?

사실 둘 다 각기 다른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장기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식사를 조절하는 상황과, 치료 중 체중이 빠지고 영양이 부족한 사람의 상황은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건강 이야기를 할 때 ‘무조건’이라는 말을 조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붉은 고기가 문제가 될까요?

붉은 고기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헴철(heme iron)입니다.

헴철은 몸에서 흡수가 잘 되는 철분 형태이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장내에서 N-nitroso compounds 생성이나 지방 산화 같은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논의되어 왔습니다.

또 하나는 조리법입니다.

고기를 아주 높은 온도에서 굽거나 불꽃에 직접 닿게 조리하면 HCA나 PAH 같은 물질이 더 많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고기냐 아니냐”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조리했는가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끔 이런 질문도 받습니다.

“고기의 핏물을 빼면 더 건강한가요?”

전통적으로 고기를 물에 담가 핏물을 빼는 조리법은 많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근거만으로는 핏물을 제거하면 적색육과 관련된 암 위험이 줄어든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은 전통적인 조리법이나 기호의 문제로 소개할 수는 있지만, 암 예방 효과가 입증된 방법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데 똑같이 먹어도 왜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까요?

여기서 제가 더 흥미롭게 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고기를 먹어도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조금만 먹어도 속이 꽉 찬 것 같고 더부룩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채소와 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면 몸이 훨씬 가볍다고 느끼는데, 어떤 사람은 그렇게 먹으면 금방 배가 고프고 기운이 떨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이도 다르고,

소화 능력도 다르고,

활동량도 다르고,

질병이나 치료 상태도 다르고,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도 다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때때로 모두에게 똑같은 식단이 정답일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다.

동양의학에서는 여기서 ‘체질’을 봅니다

동양의학에서는 음식을 단순히 단백질 몇 그램, 지방 몇 그램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이 평소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소화와 흡수는 어떤지,

몸이 차가운 편인지 더운 편인지,

쉽게 지치는지,

회복은 빠른지 느린지,

계절이나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까지 함께 관찰했습니다.

이런 개인차를 이해하려는 전통적인 접근 가운데 하나가 체질(體質, body constitution)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한 가지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체질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테스트 몇 개를 하고

“나는 소양인이래.”

“나는 냉체질이야.”

“나는 목형이야.”

라고 바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동아시아 전통의학 안에서도 체질을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중국의 체질의학도 있고, 한국의 사상의학과 팔체질도 있고, 일본에도 여러 전통적인 진단체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이론과 진단 방법은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체질을 하나의 단순한 라벨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질과 지금의 상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꼭 구분해야 합니다.

평소에 소화가 아주 잘되는 사람도 수술이나 항암치료 이후에는 소화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원래 활동량이 많던 사람도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면 쉽게 지칠 수 있습니다.

즉, 원래 가지고 있는 경향과 현재 몸의 상태는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체질을 저는 이렇게 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원래 어떤 경향을 가지고 있고, 지금은 어디에서 균형이 달라져 있는가?”

평생 붙여놓는 하나의 이름표가 아니라, 사람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관점인 것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음식보다 ‘사람’입니다

붉은 고기 논쟁이 재미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자꾸 음식 자체에 답을 요구합니다.

고기는 좋은가?

콩은 좋은가?

커피는 좋은가?

찬 음식은 나쁜가?

하지만 음식 하나만 놓고는 완전한 답을 얻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암 치료 중 체중과 근육량이 계속 감소하는 사람과, 건강한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대장암 위험을 낮추기 위해 식사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적색육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오히려 충분한 단백질과 에너지를 먹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은 조금 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이 사람은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

그리고 그 답을 찾으려면 음식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식생활, 영양상태, 소화 능력, 질병과 치료, 생활습관, 활동량, 그리고 개인의 특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체질을 안다는 것은 ‘먹어도 되는 음식표’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체질의 가장 흥미로운 가치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질을 안다고 해서

“당신은 이 체질이니까 소고기를 드세요.”

“당신은 이 체질이니까 이 음식은 절대 먹지 마세요.”

라는 음식 목록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스스로 이해하는 데 더 가깝습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쉽게 균형을 잃는가?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속이 편안한가?

어떤 생활을 하면 쉽게 소진되는가?

얼마나 움직이고, 얼마나 쉬어야 하는가?

그리고 지금 내 몸은 평소와 어떻게 다른가?

이런 질문을 하나씩 살펴보는 과정이죠.

그래서 제대로 된 체질 평가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특히 질병이 있거나 치료를 받고 있다면 자가진단만으로 특정 음식을 극단적으로 제한하거나 반대로 적극적으로 먹기보다, 담당 의료진이나 자격을 갖춘 영양 전문가, 관련 임상 전문가와 함께 현재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붉은 고기를 먹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저라면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먼저 당신을 봐야 합니다.”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누가 먹는지,

얼마나 먹는지,

어떻게 조리하는지,

현재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그 음식이 전체 식생활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함께 중요합니다.

건강은 하나의 음식을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으로 나누는 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체질을 이해한다는 것은 바로 그 복잡한 개인차를 존중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